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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안 팔려요”…국산 원유값 동결에도 낙농 산업 붕괴 위기

by PM1159 2025. 6. 4.

 

“우유 좀 마셔주세요.”
최근 낙농가들이 소비자에게 보내는 호소다.
원유값이 2년 연속 동결됐지만, 정작 국내 우유 산업은 더 깊은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우유 소비량 감소, 수입산 멸균우유 증가, 낙농가 경영난 가중, 생산 과잉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동시에 터지고 있는 탓이다.


📉 우유 소비 줄고, 수입은 늘고…산업의 불균형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020년 26.3kg에서 2024년 25.3kg으로 감소했다.
전체 유제품 소비량도 감소세다. 이는 단순한 기호의 변화가 아니다.
▲1인 가구 증가, ▲다양한 대체 음료 확대(두유, 아몬드 밀크 등), ▲다이어트와 건강 트렌드 확산으로 우유가 밀려난 결과다.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19년 1만 톤이던 수입량은 2024년 약 4만9천 톤까지 치솟았다.
특히 유통기한이 길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럽산 멸균우유가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소비는 줄고, 수입은 늘며, 국산 우유는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실정이다.


💸 원유 가격은 동결됐지만…낙농가의 현실은 더 얼어붙다

2024년 원유 가격은 리터당 1,084원(음용용 기준)으로 동결됐다.
낙농진흥회는 2년 연속 가격 협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물가 안정’을 위한 조치지만, 낙농가 입장에선 치명타에 가깝다.

사료비, 전기료,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정작 원유 판매 가격은 오르지 않으니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소규모 낙농가는 폐업을 고려하거나 송아지 생산을 줄이며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있다.

게다가 낙농진흥법상 농가는 생산한 원유를 무조건 유업체에 공급하고,
유업체는 일정량을 의무 구매해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생산 조절도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남는 원유가 가공유로 전환되거나 버려지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 “이러다 국산 우유 사라진다” … 붕괴 징후는 현실로

업계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이미 붕괴 조짐이 보이고 있는 상태”라고 경고한다.
원유 생산량이 줄기 시작하면, 단순히 우유뿐 아니라 요거트, 치즈, 크림 등 전체 유제품 가격 상승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2026년부터 한-EU FTA 관세 철폐로 유럽산 유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더 커진다.
현재도 수입 멸균우유가 1리터에 1,000원대라면, 관세가 사라지면 국산 원유는 가격 경쟁에서 더욱 불리해질 것이다.

이는 식량 안보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우유 한 잔의 문제가 아니라, 자국 내 기초 식량 공급 체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일본은 우유 급식법…우리는?

일본은 우유 소비 감소 문제에 대응해 ‘학교급식법’을 도입했다.
모든 공교육 과정에 우유 급식을 의무화했고, 정부가 가격을 보조한다.
이로 인해 우유 소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낙농가도 생존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캠페인 중심 대응에 머물고 있다.
‘하루 한 잔 우유’ 등의 홍보성 슬로건만으로는 소비 심리를 반전시키기 어렵다.
이제는 법적·제도적 대응과 소비자 인식 개선이 함께 진행돼야 할 시점이다.


🔍 마무리: 소비자도 국가도 외면하면 산업은 무너진다

우유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산모와 어린이, 고령자에게는 필수 단백질원이자 영양 공급원이며,
국내 식량 자립률 유지에 있어 중요한 축이다.

원유값 동결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뒤에 숨은 산업 붕괴의 징후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는 정부, 유업계, 소비자가 함께 이 위기를 직시하고,
우유 한 잔의 가치를 재조명할 시점이다.